현대차 쏘나타는 ‘패밀리 세단’의 대명사였다. 지난 십수년간 국산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 그 자리는 그랜저에게 넘어간 듯하다.

 

지난해 판매량만 봐도 이는 명확하다. 2020년 한 해 쏘나타 판매량은 6만7440대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그랜저는 14만5463대로 쏘나타의 두 배에 달했다. 2019년 그랜저와 나란히 10만대를 넘기며 현대차 대표 세단의 명성을 유지했던 쏘나타는 이제 ‘국민차’ 타이틀을 완전히 그랜저에게 넘겨준 모양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법. 쏘나타는 라인업 확장을 통해 이미지 쇄신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가 그간 선보인 어느 쏘나타보다도 강력한 쏘나타 N라인을 만나봤다.

 

 

앞서 1.6 터보 모델인 ‘쏘나타 센슈어스’만 해도 한층 공격적인 외관으로 호평을 받았다. 쏘나타 N라인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N라인 전용 파라메트릭 쥬얼 패턴 그릴은 센슈어스 모델보다 훨씬 더 정교한 패턴으로 가득 차 있다. 시승차의 빨간 차체와 유광 검정 그릴은 스포티함의 상징과도 같은 ‘검빨 조합’을 완성했다.

 

그 아래 범퍼에는 공력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프런트 윙이 자리잡고 있다. N라인 전용 19인치 휠에는 현대차 로고 대신 N 로고가 박혀 있으며, 앞ㆍ뒤 도어 하단에는 사이드 실이 차체를 더욱 낮아 보이게 한다.

 

뒷면의 변화는 크지 않다. 센슈어스와 거의 동일한 디자인의 범퍼가 적용됐으며, 머플러도 똑같다. 대신 머플러는 양쪽에 마련됐다. 이와 더불어 트렁크 리드에는 스포일러가 장착돼 날렵한 맛을 한층 살려준다.

 

 

실내는 다크 그레이 컬러 바탕에 빨간색 스티치가 포인트다. 앞서 시승한 코나 N라인과 비슷한 조합이다. 여느 N라인과 마찬가지로 시트 및 스티어링 휠에 N 로고가 새겨져 있다.

 

1열에는 버킷 타입의 스포츠 시트가 운전자 상체를 제대로 받쳐준다. 다만, 시트 포지션이 다소 높아 일반 쏘나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고성능 모델인 만큼 낮은 시트 포지션을 기대했지만, 키가 183cm인 기자를 기준으로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면 머리카락이 천장에 쓸린다.

 

10.25인치 LCD 디지털 클러스터 계기판과 센터 디스플레이는 기존 쏘나타와 동일하다. 노멀, 커스텀,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등 드라이브 모드는 네 가지이지만, 계기판 그래픽은 두 가지만 지원한다. 한 체급 아래인 아반떼도 주행 모드에 따라 3가지 디자인이 적용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N 로고나 별도의 디자인을 통해 ‘감성 마력’을 높였다면 훨씬 좋겠다.

 

 

쏘나타 N라인은 최고출력 290마력, 최대토크 43.0kgfㆍm의 스마트스트림 2.5L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습식 DCT가 조합된다. 센슈어스와 비교하면 무려 110마력 차이다.

 

시동을 켰다. 우렁찬 엔진음과 배기음에 달리고 싶은 욕구가 끓어오른다. 물론, 모두 실제 소리는 아니다. 실내 가상 엔진 사운드 기능이 드라이빙 감성을 끌어올린다.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차량인 만큼 주행 모드에 에코는 따로 지원되지 않는다.

 

노멀 모드에서는 패밀리카로도 손색없을 만큼 무난한 승차감을 보인다. 물론, 일반 모델 대비 단단한 서스펜션 세팅과 날카로운 가속 페달 반응은 숨기지 못한다. 가속 페달을 조금만 깊게 밟아도 RPM을 마구 높이며 앞바퀴를 거세게 굴린다.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면 가속 페달 반응은 훨씬 날카로워지며 스티어링 휠도 급격히 무거워진다. 최근 경험한 현대기아차 중 가장 큰 변화다. 8단 DCT는 RPM을 적극 사용한다. 패들 시프터를 사용해 직접 변속해도 생각보다 빠르게 기어를 오르내린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TCS가 비활성화된다. 그 후 ESP까지 끌 수 있다. 이 상태에서는 런치 컨트롤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브레이크 및 가속 페달을 동시에 밟아 엔진 토크 및 휠 스핀을 제어하고 순간적으로 최대 가속력을 발휘하는 런치 컨트롤을 사용하면 0-100km/h 가속 시간이 6.5초에서 6.2초로 줄어든다.

 

GPS 계측기를 사용해 0-100km/h 가속 시간을 직접 측정해본 결과 6.838초를 기록했다. 영하의 날씨에 녹지 않은 눈으로 노면 상태가 좋지 못했지만, 준수한 기록을 보였다.

 

 

문제는 타이어다. 피렐리 피제로 올 시즌 타이어는 종종 슬립을 일으켰다. 순간적으로 가속할 때 종종 앞바퀴가 헛돈다. 차량 성격에 비해 타이어 접지력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주행 중 다운 시프트할 경우 순간적으로 엔진회전수를 조절하는 레브 매칭 기능은 공도에서도 서킷을 달리는 듯한 박진감을 더해준다. 감속 시 기어가 내려가도 일정 시간 높은 엔진회전수를 유지해 재가속 시 민첩하게 치고 나갈 수 있다.

 

브레이크 성능도 강화됐다. N라인을 위해 디스크 지름이 커졌고, 금속 성분 함량이 높은 고마찰 브레이크가 적용됐다. 브레이크 답력이 뒷쪽으로 몰려있는 느낌이지만, 일반 주행 시에 모자람은 없다. 더 고성능 브레이크를 원하는 고객은 ‘모노 블록 브레이크 & 경량 휠 패키지’와 같은 N 퍼포먼스 파츠도 고려할 만하다.

 

패밀리 세단 본연의 안전 및 편의 사양도 놓치지 않았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나 고속도로 주행 보조, 차로 유지 보조, 오토 하이빔, 전방 차량 출발 알림 기능은 물론 뒷좌석 열선 시트, 2열 수동식 커튼, 뒷면 전동식 커튼 및 빌트인 캠 등도 빠지지 않았다. 스마트키를 통해 차량을 앞ㆍ뒤로 움직일 수 있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를 제외하고 모든 사양이 포함됐다.

 

 

지금까지 현대차 N라인은 일부 외관이나 서스펜션 등 소소한 부분만 건드리는 ‘감성 튜닝’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쏘나타 N라인은 완전히 다른 파워트레인과 벨로스터 N을 통해 선보였던 다양한 주행 특화 사양까지 더해 고성능 N 못지않은 강력함을 자랑한다. 1.6 터보 엔진이 탑재된 센슈어스를 N라인이라 부르고, 이 차에 N이란 배지를 붙여도 손색 없을 정도다.

 

십수년간 ‘국민차’로 불리던 쏘나타가 달라지고 있다. 판매량은 줄고 타이틀은 멀어졌지만,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 클래스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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