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아볼 수가 없는데 외관의 그릴이나 헤드램프는 전보다 정돈된 느낌이에요.” 640i GT를 타고 온 안정환 에디터가 운전석에서 내리며 무표정으로 말했다. 조수석에서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기며 덧붙였다. “확실히 좋긴 좋네요. GT라면 모름지기 이래야죠. 이 차가 전엔 5시리즈 GT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아요. 완전히 ‘급’이 다른데.” <모터트렌드>의 열혈 독자라면 알다시피 안정환 에디터는 칭찬에 인색하다. 그가 이렇게 칭찬할 정도면 6시리즈 GT가 꽤 마음에 들었다는 이야기다.

2017년 5, 6시리즈가 완전 변경됐을 때 BMW는 5시리즈 GT를 단종시키고, 6시리즈 GT를 선보였다. 6시리즈 GT는 ‘6시리즈’의 이름만 물려받았을 뿐, 5시리즈 GT의 후속 모델이다(기존에 6시리즈의 라인업을 구성하던 쿠페와 컨버터블, 그란쿠페는 2018년 8시리즈로 대체됐다). 사실 5시리즈 GT는 ‘5’라는 숫자를 달고 있기엔 아까운 차였다. 7시리즈와 플랫폼을 공유해 듬직한 차체와 넉넉한 공간이 대형 세단이나 다름없었다. 안정환 에디터가 ‘급’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거다.

그런 6시리즈 GT가 지난 10월 부분 변경을 거쳤다. 이번 부분 변경의 키워드는 정제된 디자인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앞모습이다. 3시리즈부터 시작된 하나로 합친 키드니 그릴이 들어갔다. 전체적인 모양도 손봤다. 이전까진 윗변이 아랫변보다 확연하게 길었다면, 지금은 거의 비슷하다. 인상적인 건 윗변과 아랫변이 만나는 바깥쪽 꼭짓점과 완만하게 누운 ‘ㄴ’자 주간주행등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연결했다는 점이다. 그릴과 헤드램프라는 두 개의 오브제가 따로 존재하지 않고 완성도가 높은 한 덩어리로 보인다. 대체적으로 날카롭고 스포티한 느낌이 강하다. 윗부분이 더 돌출된 샤크 노즈 형태의 그릴이라든가, 세로로 바짝 선 공기흡입구가 그 느낌을 뒷받침하는 요소들이다.

7시리즈 플랫폼이 기반이지만 실내는 5시리즈 최상위 트림과 거의 같다. 대시보드엔 결이 느껴지는 나무 장식을 씌우고 승객들이 몸이 닿는 모든 부분엔 가죽을 휘감았다. 시트 위에 있는 퀼팅 장식은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시트에 몸을 포갰을 때 아늑하고 푹신하다. 헤드레스트에 있는 베개 쿠션까지 있어 안락함에서는 논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시승차는 640i x드라이브 GT다.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45.9kg·m를 내는 직렬 6기통 3.0ℓ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로 네 바퀴를 굴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을 5.3초 만에 해치운다. 엔진 질감이 정말 매끈하다. 소음, 진동, 회전 상승 속도 등 무엇 하나 나무랄 곳이 없다. 속도를 더해 시속 110km에 도달하면 트렁크 리드에 달린 액티브 리어 스포일러가 서서히 올라와 다운포스를 높인다.

주행감각과 승차감은 다이내믹 럭셔리를 표방하는 7시리즈와 비슷하다. 컴포트 모드에선 한없이 나긋하고 노면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충격을 아주 노련하게 걸러낸다. 스티어링과 서스펜션 반응도 굉장히 세련됐다. 스포츠 모드에선 긴장감이 물씬하다. 빠른 속도로 내달려도 섀시가 단단해 핸들링이 명확하게 반응하고, 팽팽해진 서스펜션으로 안정감이 돋보인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7시리즈만큼 견고하게 느껴지지 않는 섀시는 프레임리스 도어와 파노라마 선루프 때문에 생길 수밖에 없는 문제로 어쩔 수 없다. 하지만 7시리즈만큼 큰 차인데 뒷바퀴 조향 시스템이 빠진 건 조금 아쉽다. 좁은 골목길을 돌아나갈 때 앞부분이 긁히지 않을까 마음을 졸여야 한다.

대신 6시리즈 처음으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췄다. 48V 배터리가 추가적으로 11마력을 보조하고 회생 에너지 저장, 코스팅 모드, 스톱&고 기능 등에 관여해 연료를 아낀다. 640i GT x드라이브를 기준으로 이전 연비는 9.2km/ℓ지만, 신형은 9.6km/ℓ로 조금 높아졌다.

공간은 6시리즈 GT의 핵심이다. 6시리즈 GT를 ‘세단과 SUV의 특성을 동시에 갖춘 차’라고 설명한 BMW 외장 디자인 총괄 미하엘 마르케프카의 말처럼 SUV만큼 넉넉한 공간을 자랑한다. 7시리즈와 동일한 너비(1900mm)와 휠베이스(3070mm) 덕분에 동급 세단에선 느낄 수 없는 만족감을 준다. 특히 뒷좌석은 성인 남성 3명이 앉아도 비좁지 않다. 뒷좌석 천장도 움푹 파내 머리 위 공간도 넉넉하다. 트렁크 용량은 610 ℓ이며 40:20:40 비율의 등받이를 모두 접으면 1800ℓ의 공간이 펼쳐진다. 짐칸 바닥에도 공간이 있다. 덮개에 가스 리프터가 있어 쓰기도 편하다. 참고로 X5의 트렁크 용량은 650ℓ, 뒷좌석을 모두 폴딩하면 1870ℓ다.

세단과 SUV의 틈새를 공략하는 모델들은 때때로 자가당착에 빠진다. 두 차종의 장점을 취하려다 오히려 둘 다 놓쳐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에서 6시리즈 GT는 세단과 SUV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한다. 이런 차라면 비즈니스와 레저를 구분하지 않고 매일 탈 수 있을 것 같다. BMW가 6시리즈 GT를 통해 하려는 이야기가 어쩌면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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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관   PHOTO : 박남규<©모터트렌드 – 무단복제 및 전재, 재배포 금지> <모터트렌드>를 온라인(motortrendkorea.com)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